집으로
크리스 리
Mixed media on canvas
60X80
[차원의 바다, 그리고 거부된 기억]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 너머, 우주에는 32개의 차원이 겹겹이 흐르고 있습니다. 하나의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‘차원의 바다’가 존재하며, 그 심연에는 ‘기억의 물고기’가 살고 있습니다. 작품 속 캐릭터가 품에 안은 푸른 물고기를 보십시오. 그 눈동자는 선명한 ‘X’자로 닫혀 있습니다. 이것은 더 이상의 기억을 기록하기를 거부하며, 과거의 모든 흔적을 지워낸 ‘망각의 증표’입니다. [당신은 모든 기억을 버릴 준비가 되었는가?] 차원을 이동한다는 것은 곧 존재의 탈바꿈을 의미합니다. 물고기가 기억을 거부하는 순간(X), 비로소 새로운 차원의 문이 열립니다. 작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. “당신은 무거운 생의 기억들을 모두 던져버리고, 오직 순수한 존재로서 다른 세계를 유랑할 준비가 되었는가?” [인생의 종착지, 우리의 ‘집’] 우리의 인생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귀환 작업입니다. 원하든 원치 않든, 생의 여정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모두 우리의 ‘집’에 도착하게 됩니다. 이 작품 는 바로 그 마지막 도착지에서 마주하게 될 장면을 예고합니다. 모든 기억을 비워낸 ‘기억의 물고기’를 안고 광활한 차원의 대지를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. 그것은 곧 우리 모두가 맞이할 아름답고도 숙명적인 여정의 시작입니다.